
나스닥이 1.43% 반등하던 날, 저는 히트맵을 보면서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초록불을 켜는 걸 확인했습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까지 따라 오르는 걸 보면서 "이제 좀 분위기 바뀌는 건가" 싶었는데,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니 마냥 좋다고 웃을 수만도 없었습니다. 반등의 이유와 그 이면에 있는 구조적 불안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어위브 반등의 배경, 골드만삭스 리포트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이날 상승의 핵심 트리거 중 하나는 골드만삭스가 코어위브(CoreWeave)에 대해 목표주가 106달러, 73% 상승 여력이 있다는 긍정적 리포트를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코어위브는 네오클라우드(Neo-Cloud) 기업입니다. 여기서 네오클라우드란, 전통적인 클라우드 기업(AWS, Azure 등)과 달리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해 GPU 기반 데이터센터를 먼저 구축한 뒤 빅테크나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말합니다. 하이퍼스케일러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처럼 전 세계 단위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는 기업군을 뜻합니다.
골드만삭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시장은 코어위브가 데이터센터 임대로 버는 수익은 낮게 보고, 차입 비용은 높게 보면서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내렸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GPU 렌탈 가격이 메가와트(MW)당 4,000만 달러에서 시작해 7월에 25%, 10월에 추가로 10% 인상됐다는 수치가 그 근거입니다(출처: Goldman Sachs). 저도 처음엔 "폭락한 회사를 골드만삭스가 갑자기 왜 두둔하지?" 싶었는데, 읽어보니 논리 자체는 그럭저럭 납득이 됐습니다.
다만 이게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전망인지는 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IB 리포트가 나오면 그걸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런 턴어라운드 리포트는 실제 수치가 뒷받침될 때까지는 반쪽짜리로 보는 게 맞습니다. 코어위브의 수익 구조가 작동하려면 GPU 임대 수익률이 담보 기반 차입 금리를 안정적으로 웃돌아야 하는데, 그게 단기 계약 위주로 유지되는 한 불확실성은 상존합니다.
같은 날 N스케일이라는 또 다른 네오클라우드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진행 중이던 영국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철수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전기 공급 지연으로 사업 자체가 계속 늦어진 게 이유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시장은 이 뉴스를 무시하고 올랐습니다. 저는 그게 오히려 좀 신경 쓰였습니다.
- 코어위브 GPU 렌탈 가격: 7월 25% 인상, 10월 추가 10% 인상
- 골드만삭스 목표주가 106달러, 현 주가 대비 73% 상승 여력 제시
- N스케일-마이크로소프트 영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파기 (전기 공급 지연 원인)
- 코어위브 신규 자금 조달은 GPU·서버 장비 담보 기반으로 전환 예상
AI 모델 경쟁의 역설, 성능이 좋아진다고 매출이 늘지는 않는다
예전에 저는 AI 모델 성능이 높아지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몰려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새로운 모델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용자의 의도를 적게 말해도 정확히 파악하고, 뻔한 조언 대신 창의적 해법을 내놓는다는 콘셉트입니다.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인데, 한편으로는 "과연 이게 매출로 직결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AI 모델의 지능 우위가 10포인트 높아져도 개발자 트래픽은 약 20% 증가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출처: The Information). 제가 이 수치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미 AI 시장이 '얼리어답터들끼리 파이를 나눠 먹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겁니다. AI를 아예 쓰지 않던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고인물들이 서비스 간에 사용량을 옮기는 데 그치고 있는 거죠.
여기에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산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의 약진입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란 모델의 가중치(파라미터)를 공개해 누구나 직접 설치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말합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성능 차이가 명확했는데, 제가 실제로 여러 작업에 써본 결과 요즘은 굳이 앤트로픽이나 오픈AI(OpenAI)의 최신 모델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실용성이 올라왔습니다.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하면 프론티어 랩(Frontier Lab), 즉 가장 많은 비용을 쏟아부어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불리한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캐펙스(CapEx·자본적 지출)를 2026년 1조 달러 기준으로 2027년에는 약 60%, 2027~2028년 사이에는 약 20% 추가 상향할 것으로 전망을 높였습니다. 캐펙스란 기업이 데이터센터·장비·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지출을 말하며, 이 수치가 오르면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 직접적인 수혜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전망이 실제로 집행되려면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프론티어 랩들이 약정한 컴퓨팅 사용량을 실제로 채워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반도체 전망, 지금 낙관만 하기엔 2028년이 걸린다
제 경험상, 시장이 캐펙스 상향 뉴스에 즉각 반응할 때가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때였습니다. 모건 스탠리의 캐펙스 전망 상향은 마이크론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AI 하드웨어 기업들에 분명 긍정적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 캐펙스가 실제 반도체 주문으로 이어지는 시점, 그리고 주문이 실적으로 잡히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존재합니다.
제가 걱정스럽게 보는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앤트로픽과 오픈AI의 ARR(연간 반복 매출)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이들이 약정한 컴퓨팅 사용량을 실제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ARR이란 구독 기반 서비스에서 1년 단위로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의미하며, AI 기업 가치 평가에서 핵심 지표로 쓰입니다. 앤트로픽은 최근 3분기 실적에서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GPU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2028년 이후 수요 공백을 맞을 수 있습니다. HBM이란 여러 층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한 메모리로,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됩니다.
일반적으로 AI 붐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보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027년 캐펙스 집행 수요가 탄탄하더라도, 2028~2029년에는 오버빌드(과잉 투자)에 따른 수요 조정이 올 수 있습니다. 기업용 AI 에이전트, 추론 컴퓨팅 수요 확대가 그 공백을 메워줄 수 있지만, 그게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제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빅테크 캐펙스 발표 숫자가 아니라, 그 투자가 실제 AI 서비스의 유료 전환율(Paid Conversion Rate)과 기업 고객의 계약 갱신율로 이어지고 있는지입니다. 유료 전환율이란 무료로 AI를 체험한 사용자 중 실제 돈을 내고 사용하는 비율을 말하며, 이 수치가 받쳐주지 않으면 캐펙스 사이클도 조기에 꺾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어위브는 지금 사도 되는 주식인가요?
A. 골드만삭스 리포트는 긍정적이었지만, 저는 한 가지 분석만 보고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봅니다. 코어위브의 수익 모델은 GPU 임대료가 차입 비용을 안정적으로 웃돌아야만 작동합니다. 단기 계약 비중이 높은 현재 구조에서 임대료가 하락하거나 공실이 생길 경우 재무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어, 실제 계약 현황과 현금흐름을 분기마다 직접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앤트로픽 새 모델이 나오면 오픈AI랑 격차가 벌어질까요?
A.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성능 우위 10포인트가 개발자 트래픽을 20% 정도 늘리는 데 그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모델이 나오면 시장을 가져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 시장에서의 승부는 성능보다 생태계, 가격, 기업 고객 유지율 쪽에서 갈리는 추세입니다. 모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성능만으로 판세가 바뀌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입니다.
Q. 중국산 AI 모델이 좋아지면 마이크론이나 삼성 반도체도 타격받나요?
A. 단기적으로 직접 타격보다는 간접 영향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의 약진이 앤트로픽, 오픈AI 같은 프론티어 랩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이들이 약정한 컴퓨팅 사용량을 줄이면 AI 가속기와 HBM 수요가 예상보다 낮게 집계될 수 있습니다. 2027년까지는 캐펙스 집행이 탄탄할 가능성이 높지만, 2028년 이후의 수요 예측에는 이 변수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Q. 하이퍼스케일러 캐펙스가 늘어나면 무조건 반도체 주식에 좋은 건가요?
A. 방향성은 맞지만, 타이밍과 수혜 범위가 기업마다 다릅니다. 모건 스탠리 전망대로 2026~2027년 캐펙스가 집행되면 GPU, HBM 공급 업체에는 분명한 수혜가 돌아옵니다. 하지만 캐펙스 투자가 발표되는 시점과 실제 반도체 매출로 잡히는 시점 사이에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갭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실적 발표를 추적해본 결과, 발표 숫자만 보고 선제 매수에 나섰다가 타이밍 미스가 난 적이 있어 이 갭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결론
이번 나스닥 반등을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AI 산업이 성장한다는 사실보다, 그 성장의 과실을 어느 기업이 실제 이익으로 가져가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점이 됐다는 겁니다. 코어위브 같은 네오클라우드가 살아남으려면 임대 수익률과 차입 비용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앤트로픽과 오픈AI는 모델 성능 경쟁만으로는 매출을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에 들어섰습니다.
정리하면, 단기 주가 반등에 들뜨기보다 데이터센터 실제 계약 현황, AI 서비스의 유료 전환율, 기업 현금흐름, 그리고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 점유율 변화를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계속 이 흐름을 지켜보면서 판단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