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가 5%에 가까워지는데도 "전혀 문제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드러켄밀러가 최근 비공개 인터뷰에서 꺼낸 발언이 딱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 포트폴리오에서는 AI 인프라 관련주를 80% 가까이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말과 행동이 이렇게 엇갈릴 때, 저는 항상 포트폴리오 쪽을 더 믿어왔습니다.
금리 상승이 오히려 건전하다는 논리, 납득이 되시나요?
드러켄밀러의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를 넘어설 때마다 긴장해왔거든요. 그런데 그는 "더 올라도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그 근거가 무엇이냐 하면, 지금의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아니라 실질 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실질 금리란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로, 경제가 진짜로 성장하고 있을 때 올라가는 금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경제가 나빠서 올라가는 금리와 좋아서 올라가는 금리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드러켄밀러는 지금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본 거죠.
특히 그가 강조한 건 빅테크의 캐피탈 엑스펜디처(CapEx), 즉 자본 지출 급증이었습니다. CapEx란 기업이 미래 수익을 위해 설비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지출을 의미하는데, 지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같은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를 세 배로 늘린다고 발표했고, 아마존은 미국 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영국까지 건너가 회사채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돈을 끌어쓰는 경쟁이 벌어지니 금리가 오르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논리입니다.
드러켄밀러는 이 자리에서 현재 전 세계 자산 시장 가격을 보면 긴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우습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주식 시장도, 부동산도, 회사채 수요도 모두 살아있는데 긴축이 어디 있냐는 거죠. 제가 직접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 데이터를 찾아봤는데, 실제로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 타이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그의 말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출처: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FRED).
한 가지 더 눈에 띈 건 연준과의 관계입니다. 드러켄밀러는 신임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과 오래된 절친 관계임을 스스로 밝혔고,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2011년부터 최근까지 파트너로 일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대화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그의 매크로 낙관론이 단순한 감상이 아닐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 금리 상승 원인: 인플레이션이 아닌 경기 호조와 AI 투자 수요에 따른 CapEx 급증
- 미국 빅테크의 자금 조달 무대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확장 중
- 전 세계 자산 가격 기준으로 현재 금융 환경은 긴축적이지 않다는 판단
- 신임 연준 의장 후보와의 오랜 친분이 그의 매크로 시각에 영향을 줄 수 있음
그런데 왜 AI 인프라 포트폴리오는 80% 줄였을까요?
이게 이번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부분입니다. 드러켄밀러는 분명 낙관론을 유지하면서도, 본인 포트폴리오에서 AI 인프라 관련주 비중을 6개월 전 대비 20% 수준으로, 그러니까 거의 80%를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사용한 표현은 'AI 빌드 사이클 레이트 스테이지(AI Build Cycle Late Stage)'였습니다. AI 빌드 사이클이란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광통신망, 반도체 등을 구축하는 투자 국면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땅 파고 건물 올리고 전선 깔던 시기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뜻입니다. 드러켄밀러는 이 사이클이 후반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거죠.
그가 행사장에서 직접 경고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월가는 AI 인프라 기업들의 실적이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전망치를 제시하는데, 그 전망이 조금만 꺾여도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밸류에이션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 대비 얼마나 비싸거나 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AI 인프라주들이 미래 실적을 과도하게 당겨온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를 '어닝스 버블(Earnings Bubble)', 즉 실적 버블이라고 불렀습니다(출처: Financial Times).
제가 직접 과거 투자 인프라 사이클을 돌아봤을 때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광통신 붐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 시절에도 인프라 투자는 실제로 이뤄졌지만 장비 공급업체들의 주가는 수요가 꺾이는 시점에 먼저 폭락했습니다. 드러켄밀러가 마이크론, ARM, 광통신주 같은 인프라 장비 기업들의 비중을 줄이고 아마존, 알파벳처럼 실제로 AI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거두는 빅테크 비중은 늘린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읽힙니다.
그렇다고 미국 증시에 숏 포지션, 즉 하락에 베팅하는 건 위험하다고도 선을 그었습니다. 숏 포지션이란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갚는 투자 전략입니다. 드러켄밀러는 미국의 AI 경쟁 우위가 압도적이고, AI 인프라 투자금이 본격 회수되는 국면에서 전 세계 자본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며 달러 하락 배팅도 조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저 역시 이 말은 꽤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개별 인프라주가 조정을 받더라도 미국 증시 전체의 우상향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한 가지 덧붙이면, 드러켄밀러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바꿀 때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에 걸쳐 조금씩 매도합니다. 그가 이미 80%를 줄였다면 그 과정은 훨씬 전부터 진행됐다는 의미이고, 저는 그게 오히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발언보다 포트폴리오 변화가 먼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러켄밀러가 AI 인프라주를 80% 줄였다면 지금 당장 팔아야 하나요?
A. 드러켄밀러의 매도 시점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진행됐다는 점을 먼저 고려하셔야 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3~6개월에 걸쳐 분산 매도합니다. 지금 발표된 내용이 반영된 매도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미 시장 가격에 일부 반영됐을 수 있습니다. 보유 비중과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을 직접 점검해 보시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Q. 금리가 5%를 넘어도 미국 주식이 버틸 수 있을까요?
A. 드러켄밀러의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이 아닌 실질 성장과 CapEx 수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주식 시장이 버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모든 금리 상승이 같은 성격을 갖지는 않습니다. 고용 지표나 기업 실적이 꺾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금리까지 높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리 수준 자체보다 상승 배경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Q. AI 인프라 사이클이 끝나면 그다음은 어디를 봐야 할까요?
A. 드러켄밀러는 인프라를 깔고 나면 그 위에서 실제로 수익을 거두는 기업들이 부각된다고 봤습니다. 아마존, 알파벳처럼 AI 서비스로 직접 매출을 만들어내는 빅테크가 그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AI 빌드 사이클이 소강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AI 자체의 성장 사이클은 이어진다는 그의 시각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Q. 드러켄밀러의 낙관적 발언이 본인의 매도를 감추려는 의도일 수 있지 않을까요?
A. 저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대형 기관투자자의 공개 발언은 항상 포지션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말과 행동의 괴리로 읽힐 수 있습니다. 발언보다 실제 포트폴리오 변화에 더 무게를 두는 판단이 개인 투자자에게 합리적입니다.
결론
드러켄밀러 인터뷰를 여러 번 돌려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매크로 낙관과 인프라 경계,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국면입니다. 금리 상승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 낙관이 특정 섹터의 주가를 계속 지탱해 줄 거라 착각하면 안 됩니다.
제 경험상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직 괜찮다"는 말이 넘치는 때였습니다. 드러켄밀러가 80%를 줄이면서도 숏은 하지 말라고 했다는 건, 지금이 완전한 공포도 완전한 탐욕도 아닌 구간이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보유 중인 AI 인프라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을 한 번 점검해 보시고, 9월과 10월은 계절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리스크 관리 쪽에 무게를 조금 더 두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