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가 오르면 주식은 무조건 떨어진다고 믿고 계셨습니까?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를 직접 지켜보면서 그 공식이 꼭 맞지는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3년 만에 재개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도 AI 인프라 관련주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고, 시장은 예상보다 차분하게 이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지금 장이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지 조금씩 윤곽이 잡히는 느낌입니다.
긴축사이클 재진입, 그런데 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긴축사이클, 즉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리는 통화 긴축 국면에 진입하면 주식시장은 장기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그 경험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인지,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공포를 느끼셨을 겁니다. 저도 솔직히 발표 전날 밤에 좀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번 주 흐름을 지켜보니 2022년과는 결이 꽤 달랐습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고, 증시는 1년 내내 하락했습니다. 반면 이번 인상은 기준금리가 3.75%에서 4.0%로 만장일치로 올랐지만, 시장이 이미 이 수준을 선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이 컸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란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인데, 이번 회의에서 연준 의장은 물가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시장은 10월 추가 인상과 내년 한 차례 이상의 인상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발견했는데, 2022년 긴축 사이클이 역대급 가파른 빨간 곡선이었다면 이번 예상 경로는 훨씬 완만한 보라색 곡선에 가깝습니다. 기울기가 다르면 시장의 충격 흡수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체감했습니다.
물론 이게 무조건 괜찮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유가가 추가로 치솟거나 지정학적 충격이 시장 금리를 예상 이상으로 밀어 올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공포지수(VIX)가 26~29 구간에서 오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VIX란 투자자들이 향후 30일간의 시장 변동성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수치화한 지표로, 25 이하로 내려가면 '극단적 공포' 국면으로 분류됩니다. 지금 그 경계선 근처에 있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다는 뜻입니다.
9월 말~10월 초는 계절적으로도 증시가 가장 부진한 구간입니다. 제가 과거 데이터를 찾아봐도 이 시기에 공포성 뉴스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습니다. 주말마다 전쟁 뉴스가 터지고 평일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도 이미 1년 가까이 반복된 패턴이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의 변동성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미국 기준금리: 3.75% → 4.0% 만장일치 인상, 시장 반응은 비교적 안정적
- 이번 긴축 속도는 2022년 대비 현저히 완만한 경로로 예상
- 한국·유럽·일본 등 주요국도 이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동시 진입
- VIX 공포지수 26~29 구간, 극단적 공포 경계선(25) 근처에서 움직이는 중
- 9~10월은 역사적으로 증시 계절성이 가장 취약한 구간
AI인프라에 돈이 몰리는 이유, 경영진 발언만 믿어도 될까
이번 주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금리 인상이라는 역풍 속에서도 AI 인프라 섹터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입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내년 반도체 판매량이 두 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인텔 CEO는 CPU 공급이 고객 수요의 절반밖에 충족되지 못하고 있으며 메모리 부족도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ARM CEO 역시 지금 유일한 문제는 공급 제약뿐이라며 금리 인상은 AI 수요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자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주에 불리하다는 게 교과서적 논리인데, AI 인프라는 그 논리를 정면으로 비켜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예금 금리가 연 4~5%라도, AI 인프라 투자에서 기대하는 수익률이 그보다 훨씬 높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이 낙관론의 근거가 대부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직접 발언이라는 점입니다. 엔트로픽은 올해 말까지 컴퓨팅 파워를 5기가와트(GW), 내년에는 10GW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작년 말 기준 1.5GW에서 불과 1~2년 사이에 6~7배를 늘리겠다는 겁니다. 오픈AI와 동등한 수준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 수치가 실제 수요 기반 위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IPO를 앞두고 투자자 기대감을 관리하려는 성격이 있는지는 냉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젠슨 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비디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재무 담당자가 내년 매출 약 70% 성장을 제시했는데, 젠슨 황은 이를 뛰어넘어 "두 배"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제가 경험상 CEO의 공개 발언은 자사 주가와 직결되는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숫자는 실제 출하 데이터나 고객 발주 잔고 같은 하드 데이터와 교차 검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낙관적 발언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근거를 하나 더 확인하자는 얘기입니다.
미중 정상회담도 이번 주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9월 23~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이 자리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 애플 팀 쿡, 퀄컴 CEO, 오픈AI 샘 올트먼 등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주요 기업 수장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주요 의제는 AI, 관세, 희토류 공급망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중 회담이 긍정적인 이벤트로 마무리될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는데, 양측이 이미 의전과 일정을 공개한 만큼 합의 없는 결렬은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저의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고, 반대로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메타가 AI 비서 앱 '뮤즈'로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구독 요금제 '메타원'을 출시해 30억 명 이용자를 대상으로 직접 수익화에 나선 것도 이번 주 눈에 띈 소식이었습니다. 다만 소셜 미디어 이용 데이터를 AI 비서가 학습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프라이버시 리스크를 동시에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가 오르는데 AI 주식을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A.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엔 성장주가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이번 주 흐름을 지켜보니 AI 인프라처럼 성장 기대감이 명확한 섹터는 그 논리를 비켜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건 과거 한 주의 패턴이지 보장이 아닙니다. 유가 급등이나 지정학 충격이 시장 금리를 예상 이상으로 밀어 올리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분할 매수나 비중 조절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Q. 미중 정상회담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A. 회담 직전에 지정학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회담 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안도 랠리' 패턴은 과거에도 반복됐습니다. 주요 의제가 AI, 관세, 희토류 공급망인 만큼 빅딜 수준의 합의가 나오면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가 예상되고, 반대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가 나오면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회담 전후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암호화폐 관련주가 금리 인상에도 강세인 이유가 뭔가요?
A. 이번엔 시장 원리보다 정책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기반 주식 거래를 5년간 정식 허용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의회 법안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 규칙을 시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규제 완화 기대감이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등 거래소 관련주를 끌어올린 실질적인 원인입니다.
Q. 지금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까요, 아니면 버텨야 할까요?
A. 불안감이 크다면 SGOV 같은 초단기 국채 ETF에 현금 비중을 넣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TF(상장지수펀드)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인데, SGOV는 미국 기준금리 수준의 이자를 매월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도 올라가기 때문에 현금을 그냥 묵혀두는 것보다 효율적입니다. 저는 현금 비중의 상당 부분을 이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결론
이번 주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패턴을 아는 것'과 '그 패턴을 맹신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이 재개됐지만 시장은 버텼고, AI 인프라는 긴축 역풍을 비켜갔고, 지정학 뉴스는 또 주말에 터졌습니다. 모두 최근 1~2년 사이 반복된 패턴입니다. 문제는 이 패턴이 언제 깨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취하는 태도는 AI 인프라 섹터의 장기 성장 스토리를 신뢰하면서도, 경영진 발언보다는 실제 출하 데이터와 매출 성장률 숫자를 더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안하다면 현금 비중을 초단기 국채 ETF로 굴리면서 금리 인상의 수혜를 받는 방식으로 방어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9월 말~10월 초의 계절성 약세 구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피로감이 버틴 보람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