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렌 버핏이 알파벳을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 3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처음 매수 이후 지금까지 다섯 배 가까이 불타기를 한 셈인데, 솔직히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꽤 놀랐습니다. 기술주는 잘 모른다고 오래 선을 그어온 분이 구글을 직접 콕 집어 "내 픽"이라고 강조했다는 게 단순한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버핏이 알파벳에 꽂힌 진짜 이유 — ROIC 30%
이번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부분은 버핏이 "기술주라서 산 게 아니다"라고 못 박은 대목입니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ROIC(투하자본수익률)였는데, 여기서 ROIC란 기업이 사업에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투자해서 매년 30만 원 이상을 꾸준히 벌어낸다면 ROIC 30%가 되는 셈입니다.
버핏은 이 수치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기업만 골라왔다고 했습니다. 애플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도, 코카콜라도 같은 기준으로 편입했다는 겁니다. 알파벳이 그 기준을 충족하자 비로소 매수 버튼을 눌렀다는 논리인데, 저는 이 설명이 꽤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다만 "ROIC가 높다"는 사실 자체가 영원히 유지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ROIC 30% 이상을 지속하려면 경쟁자가 해당 수익성을 위협하지 못해야 합니다. 버핏이 그걸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지목한 게 바로 경제적 해자, 즉 진입 장벽입니다. 경제적 해자란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거나 침범할 수 없는 구조적 우위를 뜻하는데, 브랜드 가치가 될 수도 있고 기술력이나 네트워크 효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버핏은 높은 마진이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 해자가 실재한다는 증거라고 봤습니다.
- 버크셔 포트폴리오 현재 순위: 1위 애플 → 2위 아멕스 → 3위 알파벳(코카콜라 밀림)
- 알파벳 최초 매수 이후 약 다섯 배 규모로 확대, 유상증자 참여까지 진행
- 버핏 본인이 "내가 결정한 픽"이라고 직접 강조 — 후계자 결정 아님
AI 인프라를 철도 혁명으로 본 이유
버핏이 빅테크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즉 캐펙스(CAPEX)를 100년 전 철도 혁명에 비유한 부분은 이번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오래 곱씹은 대목입니다. 캐펙스(CAPEX)란 기업이 설비나 인프라에 쏟아붓는 자본 지출을 의미하는데, 빅테크가 지금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투입하는 규모가 그에 해당합니다.
버핏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19세기 말 철도 레일을 한번 깔아놓으면 후발 주자가 새 노선을 놓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비용도 막대하고 이미 선점된 루트를 다시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 빅테크가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와 AI 연산망이 바로 그 21세기 버전의 철도라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들으면서 느낀 건, 이 비유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버핏이 실제로 철도 기업 BNSF를 자회사로 편입해 수십 년째 보유하고 있는 이유도 정확히 같은 맥락입니다. 깔아놓으면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온다는 해자 논리가 일관됩니다.
버핏이 과거에 기술주를 멀리한 이유도 이번 인터뷰에서 스스로 설명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몸이 가볍고 무형 자산 중심이라 언제든 더 나은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빅테크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데이터센터라는 묵직한 실물 자산을 수백조 원씩 쌓아올리고 있으니, 이제야 버핏이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이 됐다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실제로 출처: Berkshire Hathaway의 연간 보고서를 보면 BNSF 철도와 에너지 자회사 등 실물 인프라 비중이 버크셔 순자산에서 상당한 무게를 차지합니다.
반론으로, 지금 AI 인프라 투자가 결국 수익으로 돌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동의하는 편입니다. 2028년 이후 폭발적인 현금흐름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가정이 맞아떨어져야 성립하는 그림입니다. 인프라 투자 대비 실적 미스가 반복되면 시장의 인내심이 먼저 소진될 가능성을 저는 배제하지 않습니다.
버핏을 따라 사도 될까 — 경제적 해자와 시간 차이
버핏이 빅테크를 좋게 말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따라 사면 된다는 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거기서 한 발 물러서는 편입니다. 버핏의 매집 패턴을 보면 한 번 시작하면 2~3년에 걸쳐 서서히 사들입니다. 애플이 그랬고, 일본 상사주도 그랬고, 옥시덴탈 페트롤리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알파벳 매집을 시작했다면, 시장이 "역시 버핏이었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점은 아직 한참 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하나, 버핏이 이번 인터뷰에서 다시 강조한 말이 있습니다. "월가는 수수료를 위해, 정부는 세금을 위해 거래를 유도한다." 이 말은 제가 직접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무거웠습니다. 변동성 장세일수록 자주 사고팔고 싶은 충동이 커지는데, 그게 정작 수익에는 독이 된다는 오랜 원칙을 다시 꺼낸 것입니다. 모른다면 시장 지수를 사서 그냥 두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애플에 대해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비재 기업"으로 규정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술 기업이 아니라 코카콜라와 같은 반열에 놓는다는 건, 아이폰을 목마르면 콜라를 마시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단기 실적보다 소비자 행동 패턴의 지속성을 더 중시한다는 버핏 특유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난 발언이었습니다. 여기서 주가수익비율(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해당 기업의 이익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출처: Yahoo Finance에서 각 빅테크 기업의 PER 추이를 직접 확인해보면 이 관점이 어떤 맥락인지 더 잘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버핏이 알파벳을 지금 사고 있다면 지금 따라 사도 되나요?
A. 버핏을 따라 사면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그는 통상 2~3년에 걸쳐 서서히 매집하는 스타일이라, 지금 시점에 단기 수익을 기대하고 진입하는 것은 그의 투자 방식과 결이 다릅니다. 중장기 관점에서 분할 매수를 고려하는 게 더 맞는 접근입니다.
Q. ROIC 30% 이상이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가요?
A. ROIC 30%란 사업에 투입한 자본 100원당 매년 30원씩 꾸준히 이익을 낸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ROIC 15% 이상이면 우량 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30% 이상을 장기 유지하는 기업은 상당히 드뭅니다. 버핏이 이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Q. 버핏이 과거에 기술주를 멀리한 이유가 뭔가요?
A. 버핏 본인이 이번 인터뷰에서 직접 설명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은 무형 자산 비중이 높고 몸이 가벼워서, 더 나은 기술이 나오면 순식간에 경쟁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빅테크가 데이터센터라는 묵직한 실물 자산을 쌓으면서 그 우려가 해소됐다는 게 그의 입장입니다.
Q.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수익으로 이어질 거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A. 2028년 이후 폭발적인 현금흐름이 온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이는 여전히 가정이 맞아야 성립하는 그림이라는 시각도 충분히 타당합니다. 저도 인프라 투자 대비 실적 미스가 반복될 경우 시장의 인내심이 먼저 소진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버핏도 틀린 적이 있다는 점, 맹신보다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태도가 적절합니다.
결론
이번 버핏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건 하나입니다. 그는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같은 말을 합니다. 섹시한 스토리가 아니라 수익성이 오래가는 기업을 사서 길게 들고 가라는 것입니다. 알파벳이 그 기준에 들어맞았고, AI 인프라 투자가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판단이 더해진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원론적인 말은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실제 변동성 앞에서는 금방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인터뷰를 "지금 빅테크를 사야 한다"는 매수 신호가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라는 복습 자료로 받아들였습니다. 단기 실적 발표 결과와 무관하게, 중장기 관점에서 ROIC와 경제적 해자를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일 뿐이며, 실제 매수·매도 결정은 본인의 상황과 리스크 허용 범위를 충분히 고려하신 후 내리시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