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월, 코스피는 단 며칠 만에 9,300에서 5,300대로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때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 "고점이니 팔아야겠다"고 결론 내렸다가, 정작 반등 초입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하락의 진짜 원인과 9월 FOMC를 앞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제가 직접 씹어먹은 경험과 함께 정리한 기록입니다.
40% 급락의 진짜 이유는 수급이었다
미국 나스닥이 10%도 안 빠질 때 코스피는 40% 가까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처음엔 단순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뜯어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핵심은 수급이었습니다. 여기서 수급이란 주식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수요)과 팔려는 사람(공급)의 균형을 말합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가장 기초적인 원리입니다.
올해 6~7월, 외국인은 약 88조 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60%에 육박하다 보니, 이 매도 압력이 고스란히 지수 하락으로 이어진 겁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일본의 키옥시아도 모두 60% 이상 빠졌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외국인이 그 시점에 팔았냐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다 좋다고 했는데 왜?"라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때는 수면 아래의 구조적 변화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다 임계치(Critical Point)를 넘는 순간 왈칵 쏟아지듯, 누적된 200조 원의 외국인 매도가 특정 트리거를 만나 폭발적으로 터진 것이었습니다. 그 트리거가 바로 창신메모리 상장이었습니다.
창신메모리 상장이 쏘아 올린 신호탄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는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약 8%에 불과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7월 27일 중국 과창판(우리나라 코스닥과 유사한 중국의 기술주 시장) 상장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이 회사 주식을 무려 47조 원어치나 사들였습니다.
점유율 8%짜리 회사에 그 돈이 몰린 이유는 단순한 주가 수익률 기대가 아니었습니다. PER(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5배 수준인 데 반해 창신메모리는 100배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 고평가를 감수하면서도 투자한 건, 미래 시장 지배력에 베팅한 겁니다.
중국이 CATL을 키워 배터리 산업에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을 밀어낸 방식을 반도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른바 '1+1 전략'으로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원가 이하로 물량을 풀면, 아무리 기술력이 앞서도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단기 수급 문제로만 보고 있었는데, 이 대목을 접하고 나서야 '아, 이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균열을 시장이 먼저 반영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신메모리 상장 하나가 국내 반도체주의 장기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좀 더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신메모리가 단기 촉매였던 건 맞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이 실질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수익성을 얼마나 빠르게 잠식할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입니다. 단기 반등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 구조적 위협의 속도를 먼저 가늠해야 한다고 제 경험상 생각합니다.
- 창신메모리 D램 글로벌 점유율: 약 8% (2024년 기준)
- 외국인의 과창판 창신메모리 매수 규모: 약 47조 원
- 창신메모리 PER: 100배 이상 vs 삼성전자·하이닉스 PER: 약 5배
- 중국의 전략: 정부 보조금 기반 '1+1' 저가 물량 공세
9월 FOMC, 금리인상이 오히려 매수 신호가 되는 이유
9월 16~18일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기준금리를 정하는 회의체)와 일본은행(BOJ) 정책회의가 연달아 열립니다. 시장은 이 두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Fed Watch를 보면 금리 인상 확률이 50%를 넘었다 밑돌았다 하며 방향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Fed Watch란 CME 그룹이 금리 선물 가격을 분석해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결정 확률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 베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출처: CME Group FedWatch Tool).
제가 흥미롭게 본 논리가 있습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확정되는 순간, 그건 이미 지나간 악재가 된다"는 겁니다.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오를지 말지 모르는 상태에서 공포가 극대화되고, 막상 결정이 나면 시장은 이를 소화하고 다음 재료를 찾아 움직입니다.
일본은행의 경우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bp(베이시스포인트)란 금리 변화의 단위로, 1bp는 0.01%를 의미합니다. 이미 시장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발표 당일의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FOMC가 금리를 올린다면 저는 오히려 그 충격에서 분할 매수 기회를 찾겠다는 판단입니다. 올려봐야 25bp씩 두 번이고, 4% 수준에서 추가 인상은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논리가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과거 패턴에 기댄 판단인 만큼, 9월 중에 발표되는 물가지표(CPI)를 먼저 확인한 다음 움직이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FOMC 일정).
마이크론 실적과 추석 효과, 9월 말~10월 전략
FOMC 이후 시장의 다음 시선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실적 발표로 향합니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가 6·7·8월로 끊기기 때문에, 우리나라 삼성전자·하이닉스보다 한 달 앞서 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7~8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실제 온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창구인 셈입니다.
이번 분기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직전 분기 실적 발표에서 "고가 물량을 다음 분기로 이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연(Carry-over)이란 원래 이번 분기에 납품할 물량을 다음 분기로 미루는 것으로, 쉽게 말해 좋은 것을 아껴뒀다는 뜻입니다. 그 물량이 이번 3분기에 반영된다면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열립니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도 겹칩니다. 9월은 역사적으로 S&P 500과 나스닥 모두 연간 평균 수익률이 유일하게 마이너스인 달입니다.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가 9월 말에 끝나기 때문으로, 재정 여력이 가장 빠듯한 시기와 맞물립니다. 국내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현금화 수요와 연휴 기간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 매도가 겹치며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계절적 패턴은 무시하면 안 됩니다. 2022년에도 추석 직전 2~3거래일이 유독 약했고, 연휴 이후 기관 수급이 돌아오면서 회복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라면 추석 전 70~80% 비중을 채우고, 연휴가 무사히 지나가는 걸 확인한 뒤 나머지 20~30%를 추가하는 분할 접근을 택하겠습니다.
10월 말 삼성전자·하이닉스 본실적 발표까지를 하나의 사이클로 보면, 9월 중순 박스권 → 9월 말 마이크론 실적 → 10월 반도체 본실적 순으로 재료가 이어집니다. 코스피 7,500 전후를 10월 시나리오로 상정하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그 시나리오는 빠르게 수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리면 주가가 무조건 빠지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이미 인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면, 막상 발표 당일 하락폭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불확실성 제거" 자체가 오히려 안도 매수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만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상이라면 단기 충격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Q.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정말 걱정 안 해도 되나요?
A. 이전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인데, 최근에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상당 부분 대체된 상황입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180%를 넘는 상황에서 엔화를 급하게 상환할 유인도 크지 않습니다. 다만 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강세로 전환된다면 부분적인 청산 압력은 생길 수 있습니다.
Q. 지금 반도체주, 들어가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A. 9월 중순까지는 FOMC와 BOJ 회의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강합니다. 저라면 이 구간에서 무리하게 비중을 높이기보다 추석 전후 유동성 축소 패턴을 활용해 분할로 접근하겠습니다. 마이크론 실적이 나오는 9월 말이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창신메모리가 삼성전자·하이닉스를 진짜 위협할 수 있나요?
A. 현재 기술 격차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장기적인 수익성 압박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CATL이 배터리 산업에서 그랬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 실적 서프라이즈에 기대는 동시에 이 구조적 리스크를 함께 모니터링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이번 하락을 복기하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결과만 보고 판단하면 다음 사이클에서도 똑같이 당한다"는 겁니다. 40% 급락 뒤에는 수급, 환율, 창신메모리 상장이라는 복합 원인이 있었고, 그걸 모르면 반등도 겁이 나서 못 탑니다.
9월은 계절적으로 불리한 달입니다. FOMC와 BOJ 회의, 추석 연휴가 겹쳐 유동성이 얇아지는 구간입니다. 하지만 9월 말 마이크론 실적, 10월 삼성전자·하이닉스 본실적으로 이어지는 재료의 흐름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 흐름을 따라 분할 매수 전략을 유지하되, 창신메모리로 상징되는 중국 반도체 추격이라는 구조적 변수를 함께 눈에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