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주변에서 "AI 관련주 지금 사도 되냐"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도 한동안 이 질문 앞에서 멈칫했습니다. 이미 너무 올랐다는 두려움과, 이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동시에 치고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히 "사냐 마냐"가 아니라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라는 질문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I 버블인가, 혁명인가 — 판단 기준 세 가지
2000년대 초 닷컴버블(dot-com bubble)이 터졌을 때 가장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다크파이버(Dark Fiber)'입니다. 여기서 다크파이버란 인터넷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깔아놓은 광섬유 케이블이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당시 광섬유 가동률이 단 3%에 그쳤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버블이 붕괴했습니다.
지금의 AI 국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도 바로 이 '가동률' 개념입니다. 현재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즉 AI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반도체의 가동률은 닷컴버블 시절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구형 칩 A100조차 컴퓨트 임대 시장에서 웃돈을 얹어 빌려가는 상황이라는 보고가 기술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미 신형 칩이 나온 상황에서 구형 칩까지 수요가 넘친다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저는 세 가지 기준을 순서대로 검토합니다.
- 실제로 쓰이고 있는가: GPU 가동률, 클라우드 매출 성장, AI 에이전트의 현업 투입 현황
- 돈이 되고 있는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이 컨센서스를 반복적으로 상회 중. S&P 500 기업 실적 성장률이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출처: S&P Global)
- 버는 돈에 비해 너무 비싸지 않은가: 현재 밸류에이션(valuation)은 분명히 높습니다. 단, 앞의 두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의 비싼 것과, 닷컴버블처럼 수요도 없이 비싼 것은 다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가 실제 이익 창출 능력 대비 얼마나 높게 혹은 낮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가장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현재 주가에 많이 반영됐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제가 주목한 논리가 있습니다.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압축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도 2025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텍스트로 충분하던 시절에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HD, 4K 영상으로 수요가 계속 팽창했듯이, AI 지능 수요에는 "이 정도면 충분한 지능"이라는 상한선이 없습니다.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수요 구조에 대한 구조적 분석으로서 저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냉정하게 덧붙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AI가 구조적 혁명이라는 방향이 맞더라도, 주가가 그 방향과 동행하는 속도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 고점을 회복하는 데 16년이 걸렸고,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어도 타이밍에 물린 투자자는 오랫동안 고통받았습니다. 거시경제적 충격, 금리 상승, 부채 조달 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면 기술 수요가 견조해도 주가는 얼마든지 횡보하거나 하락할 수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이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포지션을 구성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분할매수 원칙과 레버리지가 위험한 구조적 이유
현금 1억 원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충동은 "지금 당장 다 넣자"입니다. 저도 초기에 그 충동에 몇 번 끌렸고, 그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제가 매수한 직후에 맞춰서 조정이 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분할매수(Dollar Cost Averaging)란 총 투자금을 한 번에 집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누어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언제가 저점인지 알 수 없으니, 여러 번에 나눠 평균 단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AI 관련 성장주처럼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3~4회 분산 매수가 단 한 번의 일괄 매수보다 심리적으로도,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이 방식은 S&P 500 지수 투자에서도 검증된 방법론입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매년 최고점에 매수한 경우와 매월 정립식으로 투자한 경우의 최종 수익률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Morningstar).
분할매수의 또 다른 실질적 이점은 폭락 구간에서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에도 2025년 4월 관세 전쟁 발표로 시장이 급락했을 때, 미리 남겨둔 현금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 매수를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전액 투자했다면 그 기회는 없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이 장기 보유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
레버리지 ETF(Exchange Traded Fund)는 기초 자산 수익률의 2배 또는 3배를 추구하는 상품입니다. 단기적으로 방향이 맞으면 수익이 빠르게 불어나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장기 보유 시 구조적 함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변동성 손실(volatility decay)'입니다. 자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때,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하루의 수익률을 복리로 계산하기 때문에 원본 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 본주가 전고점 대비 40% 상승이면 회복되는 구간에서, 2배 레버리지 상품(TSLL 기준)은 동일한 시기에 300% 이상의 상승이 필요한 괴리가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둘째는 심리적 추가 매수 실패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이 폭락할 때 추가 매수를 해야 레버리지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지만, 기업에 대한 깊은 확신이 없다면 이 행동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초 자산에 대한 공부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30%를 보여줄 때 "더 담아야 한다"는 판단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결국 공포에 밀려 손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란 자신만 수익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충동적 투자 심리입니다. 이 심리로 레버리지 상품에 진입하면, 상승 구간의 수익은 작고 하락 구간의 손실은 크게 체감되는 최악의 패턴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장기 투자에서 중요한 심리 상태는 조급함이 아니라 초연함이라는 점, 레버리지는 그 초연함을 가장 빠르게 무너뜨리는 구조라는 점을 제 경험상 확실히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AI 주식이 이미 많이 올랐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A.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아마존이 PER 100~1000 수준에서 거래되면서도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5배 이상 상승했던 사례처럼, "비싼 기업이 계속 비싸게 거래되며 오르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업이 지금도 시장을 구조적으로 지배하고 있는가 여부입니다. 다만 전액을 한 번에 투자하는 것보다 3~4회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더 합리적입니다.
Q. 딥시크(DeepSeek) 같은 AI 효율화 기술이 나오면 엔비디아 수요가 줄지 않을까요?
A. 모바일 데이터 시장의 선례를 참고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압축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텍스트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4K 영상으로 수요가 오히려 팽창했듯이, AI 추론 효율이 높아질수록 더 복잡하고 많은 작업에 AI를 투입하려는 수요도 함께 커집니다. GPU 가동률이 현재 거의 100%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Q. TQQQ나 TSLL 같은 레버리지 ETF를 장기로 들고 가면 안 되나요?
A.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변동성 손실(volatility decay) 때문에 기초 자산이 원래 가격을 회복해도 레버리지 상품은 훨씬 더 큰 반등이 필요하고, 폭락 시 추가 매수를 실행하지 못하면 회복 자체가 어렵습니다. 단기 전술적 활용은 가능하지만, 장기 핵심 포트폴리오로 편입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Q. 공부할 시간이 없는데 개별주와 지수 중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요?
A. 공부 여력이 부족하다면 S&P 500이나 나스닥 100 지수 ETF에 월 정립식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지난 20년간 연구 결과에서도 매년 최저점에 매수한 경우와 매월 정립식으로 투자한 경우의 수익률 차이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습니다. 개별 종목 비중은 해당 기업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도가 깊어진 만큼만 늘려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AI 투자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방향이 맞는가, 그리고 그 방향에 지금 올라타는 방식이 합리적인가. 제가 이 두 질문을 오래 붙들고 내린 결론은, 방향은 충분히 구조적이지만 접근 방식은 반드시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원칙, 분할매수로 기회를 여러 번 남겨두겠다는 전략, 레버리지는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겠다는 판단. 이 세 가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치명적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지만, 그 다음으로 좋지 않은 선택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크게 베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