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한동안 반도체 인프라 종목에만 눈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AI 인프라 주가가 하루 만에 5% 넘게 빠지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위협하고, WTI가 100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이 겹치자 계좌를 열어보기가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특정 종목들은 달랐습니다. 그날 제가 놓쳤던 것, 그리고 그 후에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AI 인프라 급락 뒤에 숨은 시장의 신호
Anthropic CEO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발언하고, 여러 업계 인사들이 동조하자 반도체 지수는 하루 만에 5.9% 하락했습니다. 거시 악재까지 겹쳤으니 공포감이 커지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그날 시세를 살펴봤더니, AI 관련 종목이 일괄적으로 무너진 게 아니었습니다. 인프라를 파는 쪽은 크게 흔들렸지만, AI를 실제로 활용해 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단단했습니다.
이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보면, S&P 500 기업 중 AI 도입을 선언한 곳은 40%에 달하지만 실제 이익에 반영된 비중은 고작 2%에 불과합니다. 반면 올해 S&P 500 전체 EPS(주당순이익, 기업이 주식 1주당 벌어들인 순이익)가 31% 증가하는 동안 기술 섹터가 그 중 72%를 차지했고, 그 안에서도 AI 인프라가 54%를 독식했습니다.
여기서 AI 인프라란 서버, 반도체, 데이터센터처럼 AI를 돌리기 위한 하드웨어와 기반 시설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AI를 파는 쪽이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그 급등은 이미 한 차례 나왔습니다. 이제 드라마틱한 수익 성장이 나올 자리는 AI를 실전에 활용하는 기업 쪽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관점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인프라 투자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엔비디아 같은 종목이 다시 한번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기대감만으로 올라간 주가는 실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 S&P 500 AI 도입 선언 기업: 40% — 하지만 이익 반영 비율은 2%에 불과 (출처: S&P Global)
- 올해 EPS 31% 증가 중 기술 섹터 비중: 72%, 그 중 AI 인프라 비중: 54%
- 반도체 지수 하루 낙폭: 5.9% — AI 활용 기업들과 격차 발생
실전에서 AI로 돈 버는 기업들의 공통점
제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 기업은 네 곳입니다. 월마트, 데이터독, 팔란티어, 일라이릴리입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AI를 도입했다고 선언만 한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결과물이 있다는 점입니다.
월마트는 210만 명을 고용한 미국 최대 고용 기업입니다. AI로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직원들을 AI 관리 직무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2027년 목표였던 직무 전환 10만 개를 이미 조기 달성했고, 내년까지 20만 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전략이 이상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현실적인 마찰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교육 비용과 조직 적응 과정에서의 생산성 손실은 단기 실적을 누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월마트 주가는 소비 둔화 우려와 고유가라는 이중 악재로 5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독은 제가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본 종목입니다. 데이터독은 기업의 서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옵저버빌리티(Observability) 플랫폼입니다. 여기서 옵저버빌리티란 시스템 내부 상태를 외부에서 관측·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로그와 보안 데이터가 함께 급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AI 사용량이 늘면 데이터독의 수요도 자동으로 커집니다. 에이전트가 생성한 매출 비중이 2022년 1%에서 작년 말 기준 11%까지 올라왔습니다(출처: Datadog IR). 6개월 만에 데이터 처리량이 10배 증가했다는 수치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팔란티어는 온톨로지(Ontology)라는 개념으로 기업 데이터를 통합합니다. 온톨로지란 흩어진 데이터 간의 관계와 맥락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엔비디아가 수천 개의 협력사 공급망을 이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발표는 팔란티어의 시장이 국방을 넘어 민간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팔란티어 주가는 이미 170달러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 밸류에이션(Valuation, 기업의 적정 가치 산출) 부담이 작지 않습니다.
일라이릴리는 AI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기간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습니다. 엔비디아 GPU 116개를 활용해 초당 900경 번을 계산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했고, 엔비디아와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합니다. 단, 임상 시험과 식약처 승인이라는 물리적 검증 절차는 AI가 단축할 수 없다는 점은 솔직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후보 물질 발굴 이후의 시간표는 여전히 생물학적 한계에 묶여 있습니다.
제가 연금 계좌에 실제로 적용한 포트폴리오 전략
개별 종목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ETF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도 연금 계좌는 개별 종목보다 ETF 위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AI로 노동 생산성이 바뀔 거라 본다면 XLP, AI 에이전트 사용량 증가에 베팅한다면 CLOU,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장에 무게를 둔다면 IGV, 신약 개발 가속화를 기대한다면 XLV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여다봤더니 IGV 안에는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 팔로알토, 클라우드스트라이크, 포티넷 등 AI 시대 수혜 소프트웨어와 사이버 보안 기업들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이버 보안이란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함께 커지는 신원 관리, 접근 권한 통제, 침해 탐지 같은 보안 인프라 전체를 의미합니다. AI 에이전트가 10억 개에 달할 거라는 IDC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이 분야는 AI의 확산과 함께 자동으로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단기적으로는 데이터독과 팔란티어가 매력적이지만, 지금 주가는 기대감이 이미 많이 반영된 상태라고 봅니다. 시장 전체가 조정받는 타이밍을 기다리면서 관심 목록에 넣어두는 게 제 현재 전략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월마트와 일라이릴리처럼 AI의 결과가 실적에 쌓이는 구조를 가진 기업이 더 단단할 것 같습니다. 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고금리·고유가 환경에서 성장주를 섣불리 매수하는 리스크는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XLP: AI 대체로 노동 생산성이 향상될 거라 보는 경우
- CLOU: AI 에이전트 사용량 증가에 직접 노출되고 싶은 경우
- IGV: 소프트웨어·사이버 보안 전반에 분산 투자하고 싶은 경우
- XLV: AI 기반 신약 개발과 헬스케어 성장에 장기 베팅하는 경우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데이터독이나 팔란티어를 바로 사도 될까요?
A. 두 종목 모두 AI 에이전트 시대의 수혜 가능성은 크지만, 현재 주가에는 기대감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170달러 수준, 데이터독도 실적 호조 이후 박스권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크로 조정이 올 때를 기다리거나, 소액으로 분할 매수하는 접근이 더 신중한 방법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Q. 월마트가 AI 도입 효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나요?
A. 월마트의 이커머스와 광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AI 도구인 스파키가 고객 구매 전환율과 객단가를 높이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주가를 억누르는 건 소비 둔화와 고유가라는 거시 악재입니다. 이 악재가 해소되는 시점이 월마트에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전략 자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Q. 일라이릴리가 AI로 신약 개발을 빠르게 한다고 해도, 결국 임상 시험이 오래 걸리지 않나요?
A. 맞습니다. AI가 후보 물질 발굴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지만, 임상 1·2·3상과 식약처 승인이라는 절차는 여전히 생물학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을 낙관론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단기 실적 기대치를 낮추고 장기 파이프라인의 성공 확률 개선에 무게를 두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Q. AI 에이전트가 10억 개가 된다는 게 실제 투자에 어떤 의미인가요?
A. IDC는 2029년까지 전 세계 AI 에이전트가 10억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이 아닌 AI가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고 결제·데이터 접근까지 하는 자율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10억 명의 새로운 고객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 에이전트들을 모니터링하고, 보안을 관리하고, 결제를 처리하는 인프라 기업들이 수혜를 받는 구조입니다.
결론
AI 시대가 온다는 건 이제 이견이 없습니다. 제가 바꾼 건 그 수혜의 위치입니다. AI를 파는 쪽에서 AI를 실전에서 쓰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더니, 시장이 이미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데이터독과 팔란티어가 매력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월마트와 일라이릴리의 AI 적용 결과가 실적에 쌓이는 것을 지켜보는 전략이 저에게는 맞았습니다. 개별 종목이 부담스럽다면 IGV, XLV 같은 ETF로 분산하면서 연금 계좌에 차곡차곡 모아가는 방식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에 들어가느냐보다, 어떤 기업이 진짜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