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5% 돌파"라는 헤드라인을 보고 그냥 넘긴 적이 있었습니다. 채권은 저와 관계없는 세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니, 제가 보유한 성장주들이 금리 움직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지금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금리가 더 오를 것인가 아니면 정점을 찍었는가, 그 양쪽 시각을 직접 정리해봤습니다.
장기채권 TLT, 왜 갑자기 모두가 이야기하는 걸까요
TLT는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여기서 장기 국채란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정부 발행 채권을 묶어 놓은 상품으로, 금리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2002년 7월에 상장된 TLT가 최근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이 상품을 어느 시점에 매수했든 지금은 손실 구간에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국채라고 하면 정부가 보증하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원금의 절반 가까이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십 년간 주식 60, 채권 40이라는 분산 투자의 황금 비율이 통했던 이유는 금리가 오랫동안 하락세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주식이 흔들릴 때 채권이 완충 역할을 해줬던 공식이 이제는 완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니, 이전에 안전 자산으로 분류했던 항목들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TLT: 미국 20년 이상 장기 국채 ETF, 2002년 상장 후 역대 최저가 기록 중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현재 5.2% 수준으로 수십 년 만에 최고치
- 주식 60·채권 40 분산 공식: 금리 상승 국면에서 사실상 붕괴
- 블랙록·핌코 등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들도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 경고
금리 더 오른다는 쪽, 근거가 뭔가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채권 전문 운용사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최근 거의 같은 시기에 동일한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5%에서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기관은 운용 자산 규모 기준으로 전 세계 채권 시장을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곳입니다. 그 판단이 가볍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들이 근거로 드는 것은 기관 투자자들의 기계적 손절매(stop-loss)입니다. 손절매란 보유 자산이 특정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매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형 기관들이 이 매도를 집행하고 있다는 것은 채권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이 단기적으로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레이 달리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장기 국채를 매수할 주요 수요자가 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중국도, 일본도 더 이상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월가 전문가 80~90%가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점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금리가 높으니 채권을 사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 논리인지 다시 한번 확인한 느낌이었습니다. 채권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반등이 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점이라고 생각한 지점이 실제로는 중간 지점에 불과했던 경험, 주식 투자에서도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금리 정점 지났다는 소수 의견, 왜 무시하기 어렵냐면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현재 월가에서 가장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앞으로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다수 의견과 정반대여서 귀가 솔깃했습니다.
그 근거로 그는 나스닥 신고가와 비트코인의 200일 이동평균선 돌파를 꼽습니다. 200일 이동평균선이란 지난 200거래일 동안의 평균 가격을 이은 선으로, 이 선 위로 가격이 올라서면 장기 추세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이 이 선을 상향 돌파했을 때 강세장 진입 신호였던 사례가 9번 중 8번이었다는 통계도 제시합니다.
그의 논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주식 시장이 이미 유동성 완화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반영이란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공포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기술주와 성장주가 신고가를 경신한다면, 이미 시장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장이 항상 논리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채권 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주식 시장의 변동성 지수인 VIX가 낮게 유지된다는 점은 저도 의아하게 느꼈습니다. VIX란 투자자들이 향후 30일간 시장 변동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수치화한 지표로, 흔히 공포 지수라고도 불립니다. 채권 시장의 공포는 최고조인데 주식 시장은 태평하다는 이 괴리가 오히려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출처: CBOE VIX).
SGOV 같은 단기채권, 지금 시점에 왜 다시 보게 됐냐면
SGOV는 미국 초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만기가 3개월 이하인 채권을 담고 있어서, 금리가 오르더라도 가격 하락 폭이 장기 채권에 비해 극히 작습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연 3.8~4% 수준의 분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상품을 굳이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금리가 워낙 낮아서 현금을 넣어둬도 이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구간에서 포트폴리오 일부를 여기에 넣어두니 매달 달러로 들어오는 분배금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감을 줬습니다.
다만 완전한 무위험 자산은 아닙니다. 환율이 변동하면 원화 기준 실질 수익률이 달라지고,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분배금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블랙록 CEO를 비롯한 대형 기관들이 단기 채권 금리를 매력적인 무위험 수익률로 평가하면서, 예전에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고 불리던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처럼 금리 방향성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장기 채권보다 단기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한결 부담이 적다고 느꼈습니다. 계절적 통계를 봐도 10월이 연중 금리 고점인 경우가 많고, 4분기로 넘어가면서 금리가 안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올해도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가 오르면 왜 TLT 같은 장기채권 ETF 가격이 내려가나요?
A. 이미 발행된 채권은 금리(이자율)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갑니다. 만기가 길수록 이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 구조입니다.
Q. SGOV가 무위험이라고 하던데, 정말 원금 손실이 없나요?
A. 달러 기준으로는 가격 변동이 극히 작아 사실상 원금 보전에 가깝습니다. 다만 원화로 환산하면 환율 변동에 따라 실질 수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분배금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Q. 금리가 5.5%에 도달하면 주식 시장에 꼭 조정이 오나요?
A.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리 수준뿐 아니라 금리가 오르는 원인, 기업 실적, 경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블랙록·핌코 등 대형 채권 운용사들이 5.5% 구간을 주식 시장 심리 전환의 분기점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Q. 지금 장기채권에 역발상 투자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A.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반등이 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4%대에서 이미 저점이라고 진입했던 투자자들이 5%를 넘어서도 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금리 방향성을 맞히는 것은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영역이라, 섣부른 역발상 베팅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Q. 금리 방향을 모를 때 가장 현실적인 투자 전략은 뭔가요?
A. 금리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보다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자산 배분이 더 현실적입니다. 단기채권으로 현금성 수익을 확보하고, 주식은 분산된 인덱스 중심으로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금리가 5.5%를 넘는 상황이 오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단기채권 비중을 늘리는 방어적 대응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이번에 금리 논쟁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느낀 건 하나입니다. 금리의 방향을 맞히는 능력보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금리 방향에 인생을 걸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볼 생각이라면, 장기채권 비중이 과도하게 높지 않은지, 현금성 자산이나 단기채권으로 일부 방어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금리가 5.5%를 넘어가는지 여부를 하나의 기준선으로 삼아 모니터링하면서, 그 이전까지는 분할 매수와 분산 투자 원칙을 지켜가는 것이 제가 지금 취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합니다.